헬스장 환기 시스템, 에어컨만 빵빵하면 되는 게 아닌 이유
헬스장 냄새 민원이 계속 나오면 에어컨 용량을 올릴 게 아니라 환기량부터 계산해야 합니다. 에어컨은 실내 공기를 식혀서 다시 돌릴 뿐, 바깥 공기를 들여오지 않습니다. 땀 냄새, 이산화탄소, 습기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운동하는 사람은 가만히 있는 사람보다 호흡량이 몇 배로 늘어납니다. 같은 20평이라도 사무실과 헬스장은 필요한 공기 교체량이 완전히 다릅니다. 피크 시간대에 회원이 한꺼번에 몰리는 저녁 7시에서 9시가 사실상 설계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평균 인원으로 계산하면 가장 바쁠 때 반드시 모자랍니다.
흔한 실수가 세 가지 있습니다.
1. 급기만 있고 배기가 없는 구조
창문이나 급기구로 공기를 넣기만 하고 빼내는 길을 안 만들면 공기가 돌지 않습니다. 반대로 배기팬만 달면 문틈이나 계단실에서 냄새 섞인 공기를 끌어오기도 합니다. 들어오는 곳과 나가는 곳이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2. 환기팬 위치를 천장 한가운데 아무 데나 두는 것
냄새와 습기가 가장 많이 생기는 곳은 유산소 존과 샤워실, 탈의실 쪽입니다. 배기는 그 근처에 두고, 급기는 반대편 입구 쪽에서 들어오게 해야 공기 흐름이 운동 구역을 가로지릅니다.
3. 열교환 환기장치를 에어컨 대체재로 오해하는 것
전열교환기는 환기하면서 냉난방 손실을 줄여주는 장비입니다. 냉방 자체를 해주진 않습니다. 다만 한여름과 한겨울에 환기 때문에 전기료가 튀는 걸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설치 비용과 덕트 공간이 필요하니 천장고와 구조를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회원이 불쾌하다고 느끼는 건 온도보다 공기가 탁하다는 감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후기에 쾌적하지 않다, 답답하다는 말이 나온다면 에어컨 설정을 의심하기 전에 환기 구조를 보시길 권합니다. 간단한 이산화탄소 측정기로 피크 시간대 수치를 기록해 보면 감으로만 하던 판단이 숫자로 바뀝니다. 측정기 가격은 부담 없는 수준이라 오픈 전후 한 번쯤 써볼 만합니다.
임차 건물이라면 배기 덕트를 외벽으로 낼 수 있는지, 건물 관리 규정에 걸리지 않는지도 계약 전에 확인하셔야 합니다. 건축·소방·환기 관련 기준은 건물 용도와 규모에 따라 달라지니 구체 사항은 시공업체나 관할 기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환기 설계는 시공 후에 고치면 비용이 몇 배로 늘어나는 항목입니다. 인테리어 견적을 받을 때 공조와 환기를 별도 항목으로 분리해서 여러 업체의 제안을 비교해 보시면, 어느 곳이 공기 흐름까지 고민했는지 금방 드러납니다. 핏벤더에서 시공업체 견적을 나란히 받아볼 때도 이 항목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